이전말에 남자는 배짱이요 여자는 절개라 하니, 이것이 소중하다는 말일 것인데,
돈도 힘도 재주도 없는 사나이라면 옛 말대로 배짱 이라도 두둑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일이 있으니 안타깝기도 하다.
옛날 어떤곳에 앞 집에는 김정승이 살고 뒷 집에는 아주 빌어먹는 사람이 살았다.

뒷 집은 품팔이나 제대로 하면 좋게...?  
그져 품팔이 아니면 얻어먹기 인데 그나마 집안의 기둥이 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니까 홀로 된 어머니나 어린 아들이나 신역(身役)이 고단하기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엇다. 

이러 저러한 가운데 아들 나이가 한 스물이나 되었을까? 
장가갈 나이가 되었지만 어느 처녀가 이 가난한 집에 시집을 온다고 할까...?
그런데 아들은 어릴 때 부터 소꼽장난 친구였던 김대감 집 딸을 사랑 하였다.
이런것을 짝사랑 이라고 하였던가?

어려서야 네냐? 내냐? 하면서 막 벗하고 컷지만 나이가 드니까 
구중심처(九重深處)인지 담장 안인지 딸을 가두어 두고 키우고
이 가난한 총각은 저 살기에도 바쁘기에 서로 상면(相面)할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나 총각의 마음에 이 김정승네 딸이 싹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저 집 딸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루는 총각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 장가 보내주실 자신이 있으십니까?"

"자신이라니? 장가는 네가가는 것이지 않느냐?
나야 재물이 없으니 속수 무책이로구나 그러니 네가
어디가서 과부라도 하나 업어오려므나"

"원 어머니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과부가 뭡니까?
저 앞집 김대감네 딸 하나 잘 기르고 있지 않습니까?"

"얘야, 잘 기르는지 키우는지 제풀에 커 버렸는지 모르나
어디다가 네가 지금 빗대고 있느냐? 언감생심(焉敢生心) 그 집
처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말이냐?"

"어머니 저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결국 정승네 딸이라도
남자에게 시집가지 여자에게 시집갑니까? 남자라면 가난 하다는
것이 흠일 뿐, 제가 뭐 부족합니까?"

이런 배포가 다 있을까?
놀라는 어머니에게 어서 그 집에가서 청혼을 하고만 오라고 한다.
주저 주저 하는 어머니를 떠밀다시피 하면서 갔다 오기만 하란다.
성사야 어찌 되었건 운만 떼고 오시기만 하면 나중일은 제가
다 알아서 하겠다는 것인지라 어머니가 가서 단숨에 말하였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우리집 아이가 이 집 딸을 달라고 합니다.
나보고 가서 자꾸 말하라고 조르니까 어쩔수가 있어야지요."

그러자 그 집에서는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어디 정승집에 혼삿말이 오가는데 혼삿길이 막히면 어쩌려고
저런일이 있나 싶어서 막 두드려 패고, 나중에는 똥물까지 먹였다.

"아이구 이놈아 말 꺼냈다가 내가 이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아이구 냄새야~~~후~~~유~~~"

이러거나 말거나 아들은 산에가서 독수리를 잡겠다고 하면서 떠났다.
먹이를 달아둔 올개미를 나무에 걸어두고 밤이나 낮이나 멀찌 감치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 이라고 드디어 눈먼 독수리 인지 배고픈 독수리가
한마리 올개미에 걸렸다.

"고만다 독수리야 네 덕분에 나 장가좀 한번 가자꾸나
히~히~히~히."

이러더니만 집에 와서는 초롱을 하나 만들어서 독수리 다리에다가
매달아 가지고는 김정승네 뒤란에 있는 높은 전나무에 살금살금 올라갔다.
이러고 나서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었다.

총각은 돌멩이를 하나 꺼내서 잠자고 있는 개에다가 휘~~~던졌다.

'탁!!!'

그러자 개가 놀라 죽어라고 짖어댄다.
이러니 온 집안 식구가 자다가 말고 놀라서 앉아있고 서있는 판인데
하늘에서 소리가 난다.

"김정승 게 있느냐~~~아아아?"

자 뭇 호령소리가 드높구나.

"그 누가 나를 찾아?" 

"아니~~~이이이 누가 나를 찾아라니?
어디서 배운 말 버릇인고~~~오오오? 얼른 써억 나오지 못할까~~~아아아?
네가 아무리 나라에 정승이라 하나, 나 옥황상제님의 사자를 어찌
하려고 그리 오만 방자하게 말하느냐~~~아아아?

죽고 싶은 게로구나~~~아아아."

"......"

"왜 말이 없느냐~~~아? 네가 벼슬이 높으면 높았쥐 돈이 많으면 많았쥐이
딸을 잘 두었으면 잘 두었쥐이, 그래 하늘이 낸 뒷집 총각의 청을 
거역 하다뉘~~~이이이, 그래서 옥황상제께서 진노하시어 나를 보내신
것이니라~~~아아아.
알겠느나~~~아? 왜 대답이 없는고~~~오오오
한번 혼뜨검이 나야 알겠느냐~~~아아아?"

이러면서 이미 불켜져 있는 초롱을 싸고 있던 검은 보자기를 벗기고는
집 안쪽으로 불을 보이며 초롱을 흔들 흔들 흔들어 주었다.
이러니 집안에서 시커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김정승은 갑자기
하늘에서 불 빛이 왔다 갔다 하는지라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만
마루에서 떨어져 버렸다.

"아이구 하느님 잘 못 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요.
그져 제 딸을 얼른 보내버리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안심하고 간다~~~아아아.
약속을 어긴 날에는 목숨이 하늘에 가 있을 줄 알아라~~~아아아.
다시 말하거니와 꼭 딸을 뒷집에 시집 보내거라~~~아아아."

이러고 나서는 독수리를 날려 보내니 다리에 매달린 초롱이 한들 한들
하면서 하늘로 높이 올라가 버렸다.
그러니 김정승이나 그 집 식구가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였다.

이튼날 아침에 김정승 집에서 좀 보자고 하더니 딸을 맡아 달라고
사정 사정을 한다.

 "아니 내가 댁에 사윗감이나 어디 됩니까? 나는 지금 나무하러 갑니다.
나무꾼도 나에게는 벅찹니다.
농담하지 마십시요."

"아니라네 꼭 우리딸을 데려가 주게 그리고 우리집 사위가 되어 주게나
이러면 이까짓 나무가 문제인가 호강이 굴러올 것인데."

"아니 내가 호강을 바랄 사람이요? 그러면 며칠 전 우리 어머니 입에
그 고약한 것을 먹인것은 어찌된 것이요? 응???
선하심 후하심(先何心 後何心)이라고 어찌된 일이냐 말요?"

이렇게 큰 소리를 쳤으나 속으로는 좋아서 죽겠다...ㅋㅋㅋ
이 기쁜 표정을 감추려고 일부러 거짓 노염인지를 보였던 것이나...
알길 없는 김정승네는 사위가 되어 달라고 연방 사정을 하는구나.

이리하여서 혼인이 성사가 되었다.
이 때 김정승네 딸이 죽으면 죽었지 그리 시집을 않가겠다고 비틸만 하건만
이야기에는 아무말도 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나니까 어쩌면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꽤 많은데 그때마다 딸이 무조건 순종한
것을 보면 이웃 집에서 서로 어려서 큰 처지가 좋기는 좋은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아들이 그러니까 신랑감이 어머니에게 수수떡 세개를
주물럭 주물럭 해서 만들어 달라고 한다.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물을 필요가 없었다.
이 아들이 당연히 알아서 해달라고 했을까? 싶어서
어머니가 무조건 만들어 준 것이다. 


"이제 우리가 천정 배필이 되었으니 우리가 두 몸이지만 사실은 하나라,
어떤일이 잇어도 떨어져서는 않 될 것이며 동고 동락을 해야 할 것이니
고우나 미우나 비가오나 눈이오나 날이개나 간에 똑같이 살아갈 것이라,
알겠소 부인?"

말이 이러니 누가 거역하리...신부가 고개를 끄떡끄떡 하니까
이어서 말한다. 

"설사 나제가 변(便)을 쌌다고 치게, 그러면 내가 소문없이 먹을 것이네,
설사 내가 그런다 치면 군소리 없이 자네가 내 변을 먹는 것일세 알겠는가?"

"예, 그러나 설마 그런일이 있을 라구요?"

이러고 잤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신부가 첫 날 밤을 자고 나더니
변을 어찌 했다고 한다.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않 그런것 같기도 한데 신랑이 얼른 변을 주워 먹는다.
그것도 세 덩어리나...신부는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설마가 사람을 따블로 잡는다고 이튼 날에는
신랑이 변을 진짜로 내 놓았다.
이제 신부보고 먹으란다.
싫으면 않산다고 하면서...

다음 이야기는 생략하자, 다만 어머니 한을 푼 것이고 남자는 배짱,
곧 박력이 제일 이라는 것을 말해두자.
장가도 이러니 세상 살아가면서 별의별 일들은 오죽하겠는가?
Posted by 돈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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