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때가 80년대 중반쯤 되었을 듯 싶습니다.
그 당시 사회에서 만난 후배가 저한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형...저 형한테 상담받고 싶은게 있는데요..."
"응 그래? 그럼 이따가 퇴근후에 거시기 호프에서 보자"

이렇게 약속을 하고는 그날 밤에 호프집에서 그 후배와 마주앉았습니다.
잔을 부딪치면서 500cc한잔을 비우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하더군요.
"형 나 있죠...커다란 고민이 생겼어요."
"어 그래? 어떤 고민인데."
"형 그전에 제말듣고 저 놀리지 말아요 챙피해서 지금도 죽겠어요."


그 후배는 자꾸 뜸을 들이면서 머뭇머뭇 하더군요.
그래서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이 형은 웃지도 않을 것이고 널 비웃지 않을테니 
그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놔봐라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으면 기꺼이 그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마' 라고 안심을 시켜 주었습니다.

호프 몇 모금을 마시더니 조용히 입을 열더군요.
이유인즉 후배가 굉장히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녀와는 얼굴만 서로 아는 정도이고 말을 붙여 보아도 별로 반응이 없고 그져 
소 닭보듯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후배 입장에서는 그녀와 사귀어 볼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노력을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요 금성철벽(金城鐵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묻기를 '그렇게 불가능 하다면 그만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했지만 한숨을 마구 쉬면서 그렇게 포기가 될 것 같으면
형한테 상담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겁니다.
후배의 말이 지극히 옳았습니다.


그녀에게 완전히 필이 꽃힌 상태이고 이미 상사병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으니 
그녀를 포기 한다는 것은 오히려 후배에게 죽으라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갑자기 나쁜 유혹을 받는 영감을 얻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 다음과 같은 불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이릅니다.
"아무개야 그녀를 얻는 방법이 있다면 너 죽을 각오로 해볼 수 있겠냐?"
"형 무슨 방법이든지 할 수 있어요."
"얌마 너 몇 년간 감방에 갈수도 있는데도?"
후배는 약간 망설이더니 역시 강한 어조로 말하더군요.
"예 감방에 가고 그녀를 얻는다면 당장 감방에 가겠어요."
"어휴...이 미친놈 이거 완존히 홀딱 빠졌네 그랴~~~아..."

저는 결국 불법으로 그녀를 얻는 방법을 그 후배에게 말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방법이 무엇이냐 하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니가 직접 하던지 아니면 흥신소 같은곳에 의뢰를 해서 하든지 그녀와 너를 
호적에 혼인신고를 올려버려라 아마도 네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니 흥신소에 
의뢰를 해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니 후배는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말을 계속 하라고 재촉 하더군요.

"그런다음 그 혼인신고서를 발급받아서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드리고 무릎꿇고 저를 죽이든지 아니면 사위로 받아 들이던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시라고 팍!팍! 머리를 조아려라. 
너 사극 보았지? 그 사극에서 무릎꿇고 머리를 조아리듯이 해봐 그러면 아마도 
웬만한 부모면 네가 착하놈인걸 아실테고 널 받아들여 주실거야 그런후에 그녀의 
마음을 얻고 결혼식도 하고 잘먹고 잘살아라.
대신 실패하면 넌 죄를 받고 감옥에 가야해 그러니 잘 생각해서 해라."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약25년 전에는 충분히 그런일이 가능했었습니다.

사실 그 후배는 그 당시 참 착하고 성실하였습니다.
얼굴도 남자답게 잘 생기고 키도 훤칠하였지요.
이제 갓 20살이 되는 순둥이가 같은 또래의 
여자에게 완전히 홀려버린 것이었지요.

이렇게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 후배는 고맙다며 
호프값을 계산하고는 신이나서 헤어졌습니다.
그 후에 저는 직장과 지역을 떠나게 되었고 그 후배와는 헤어졌었지요.

약 20여년이 흐른후에 아주 우연찮게 그 후배의 소식을 들었는데 제가 알려준대로
그대로 했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그녀의 부모님과 그녀가 쉽게 받아들여 주었고 
그녀와 결혼식도 올리고 자녀를 두고 잘먹고 잘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또 한 그 후배는 저를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너무나 고마운 형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저는 오히려 부담이 되어서 일부러 피했습니다.
수년전에 그 후배가 사업을 벌여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그 후론 더이상 알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는 사랑을 얻기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해 본다지만 그 후배녀석한테
그런 불법적인 방법을 알려주고서도 '설마 하지는 않겠지' 하며 잊고 있었는데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는 그 후배의 용감함에 새삼 놀라움과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사랑을 얻기위해서는 용감함이 으뜸이라는 것을 느끼셨길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돈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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