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서 2부가 계속됩니다.

제 친구는요... 갑자기 이것이 뭔 소린가 궁금해서 눈만 껌뻑! 껌뻑! 하고 있는데
예비 장모가 개다리 소반에 깍두기 한접시, 옛날에 쓰던 큰 국그릇 두개
젓가락 두짝, 그리고 소주 댓병을 들고 와서는 내려놓고 아무말도 없이 
나가더랍니다.

친구는 예비 장인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않고, 뭐 묻지도 않고 가만히 있어서
긴장되고 등에서 땀까지 나오고 있는데 난데없이 댓병소주와 달랑 깍두기에
지금의 냉면 그릇과 비슷한 커다란 대접 두개가 올려진 개다리 소반을 보자
순간 느껴지길 "앗! 그 무섭다던 술시험을 치르는 것이구나"라고 생각 했답니다.

요즘 딸가진 아버지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90년 중반까지도 예비 장인은 사위감이
술마시면 어떤 인간이 되는지 술을 먹든 못 먹든 일단 강제로 마구 먹여놓고
살피는 일명 '술로보는 선'이라는 것을 이 친구는 접하게 된 것이지요.


그 예비 장인은 댓병을 열더니 대뜸 하시는 말쌈이
"자 받어!"

이친구 황송해서
"아닙니다 제가 먼저..."  하는데 

"슷...으른이 받으라먼 받는겨"

이 한마디에 그냥 묵직하게 가득 따라주는 엄청난 소주를 들고 발발 떨고 있는데
자신의 대접에도 가득히 소주를 따른 예비 장인의 한말쌈...

"들어!!!"

그리고는 숨도 않쉬고 노인네가 꿀꺽꿀꺽 마시는데 
술꽤나 마시는 그 친구도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는군요. 
그래서 이 친구도 눈을 질끈 감고는 그 엄청난 양의 소주를 다 마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접을 놓자마자 기다리던 그 예비장인이 
다시 가득히 대접에 소주를 따르고는 다시 들면서... 

"들어!!!"...ㅎㅎㅎ

이친구 술마시고 트림도 하기전에 그져 아무말도 없이 '들어'만 하는
예비 장인이 무섭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던차에 속이 따땃하게
덥혀지면서 뇌쪽으로 피가 한바퀴 도니까 알딸딸 해지는 기분에 벌컥벌컥
다 마셨답니다.

친구가 대접을 상에 놓기도 전에 예비 장인의 우렁찬 목소리
"임~자~~~~아 하나 더 가좌"
그러자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듯이 방문이 즉시 열리면서 댓병의 소주가
또 들어오고 ... 술이 거나하게 올라오고 머리가 뺑뺑 돌기 시작한 친구는
'나는 오늘 여기서 죽는구나'생각하면서 어떻게 해볼 겨를도 없이 다시 들리는 소리... 

"들어!!!"...ㅋㅋㅋ

그 친구는 그렇게 해서 냉면대접 소주를 세잔째 마시고는 앞에앉은 예비
장인의 얼굴이 서너개로 막 늘어날 때 쯤 다시 들리는 소리...

"들어!!!"...캬캬캬 

술취한 중에도 이 친구는 '들어'에 즉각 반응하여 대접술을 들고 
마시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생각이 없어졌다고 하는군요.


술을 마시다가 기절해버린 것이지요.
한꺼번에 엄청난 술을 퍼부었으니 견딜 재간이 없었지요.
다음 날 일어나보니 밥상앞에서 끄덕없는 자세로 앉아있는 예비 장인을 
보자 정신이 비몽사몽하는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술의 고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밥도 못 먹고 다른방에서 배를 잡고 끙끙거리는데 예비 장인이 불러서
가보니 그때서야 집안내력이며 형제며, 부모님의 근황 등등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는데 거의 죽을 지경으로 힘들어서 무슨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못하겠고...그렇게 한참동안 고문아닌 고문을 당하다가
마지막 한말쌈...

"자네가 저놈 데리고 가서 살어"

이 한마디로 끝이었고, 그 담날 씨암닭에 진수성찬으로 며칠동안 칙사대접을
받고 상경하면서 지금의 아내인 그 어여쁜 여인네를 함께 데리고
올라와서는 곧바로 결혼을 하였지요.

그 친구의 부인이 참 곱습니다.
인물도 고운데다 마음씨는 천사표 더군요.
저도 몇 번 겪어보니 그 부인이 정말 부러울 정도로 어질고 착한 여성 이였습니다.
Posted by 돈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