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스르르 잠이 들락말락 하던
어머니가 그만 정신이 번쩍나서
"아가, 그 왕정승댁 며느리 뽑는 이야기 말이냐?
그럼 너는 먹고 살 수가 있겠느냐?
네말을 들어보니 살 수가 있다는 것 같구나!!!..."
그러니까 딸이 배시시 웃으면서...
"어머니도 참...
쌀 한 말이면 족히 세 식구가 먹고 살지요.
살수 있기만 하겠어요?
살고도 남지요."
"그러면 왜 진작 왕정승댁 며느리 시험에 않들어 갔느냐?"
"어머니...
정승보고 시집가나요?
신랑보고 가지요...
그런데 정승댁 신랑이라는 것이 방에는 괜찮다고 써 붙였지만
뭐 부잣집 벼슬아치 자식인지라 그져 그런 신랑감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시집갈 마음이 없었던 것이지요."
"아이구 신랑을 않 보았으니 뭐라고 말은 못 하겠다마는
꼭 그리 신통치 않을 거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질 않겠느냐?
그러나 저러나 그 시험은 한번 쳐 보아라..."
"글쎄요...?"
"그럼, 네가 응낙한 줄 알고 내가 즉시 이웃집
이장에게 가서 추천을 해달라고 하마..."
그리하여서 요즘으로 치자면 이장, 면장, 군수에 도지사를 거쳐서 이제
왕정승 집까지 모처럼 시험에 응시할 처녀가 나타났다는 희소식이
당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왕정승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고 하면서 특별히
사인가마, 그러니까 요즘으로 치자면 에쿠스쯤 되는 가마를 들려서
득달같이 달려가 이 가난한 집 처녀를 왕정승네 별채에 모셔왔습니다.
그 숱하게 꿈을 가지고 왔던 처녀들이 울면서 굶주리다 떠나간 자리였습니다.
여기에 임시 한 달을 살 새주인이 오랜만에 입주를 한 것이지요.
자 이제 어찌 될 것일까요...???
여종이 물었습니다.
"아씨...
저녁 진지 지어야지요, 얼마나 할까요?"
"우리 식구가 셋이니까 서 되는 해야겠지..."
"예...??? 서 되 씩이나요...???"
"그래, 쌀 한말을 않 주어도 살아가야 할 우리인데, 첫 시작이
이만큼 많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더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일이고
우선은 먹고 기운을 내자꾸나!!!"
"원 세상에...!!! 아...예 그리 하겠나이다."
실로 겁이 없는 처녀가 들어 온 것이지요.
'뭐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라고 ...!!!'
사람이 오늘만 살고 말 것인가...???
이튿날 아침에 또 얼마를 밥 지을까 하고 여쭌 종에게
"엇저녁에 잘 먹었으니 오늘 아침은 두되만 하려므나."
하고 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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